[더파워 최성민 기자]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엄벌 여론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수사기관 역시 관련 사고를 초기 단계부터 매우 엄격하게 조사하는 분위기다.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에서 운전자들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 중 하나는 “내 과실이 크지 않다”,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가볍게 인정될 것이라고 보는 점이다.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러한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운전자에게 일반 도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장소다. 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나올 가능성까지 항상 염두에 두고 감속 운행, 전방 및 좌우 주시, 즉시 제동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쿨존 사고에서는 운전자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상해·사망 사고는 이른바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한다. 이는 종합보험 가입 여부나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어린이 보호구역 치사상죄, 즉 민식이법이 적용될 경우 처벌 수위는 급격히 높아진다.
이 같은 사건에서는 사고 당시 운전자의 속도, 특히 시속 30km 이하 제한속도를 준수했는지 여부가 일차적인 쟁점이 된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곧바로 무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방주시 의무 이행 여부, 어린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점, 제동장치 조작 시점, 충돌 회피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사고의 양상이 같더라도 세부 정황에 따라 처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한속도를 준수했고 사고 회피가 불가능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수준의 선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과속이나 전방주시 태만, 늦은 제동 등 부주의한 운전 정황이 확인되면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료는 교통사고 분석서와 블랙박스 영상이다.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고 직전 속도, 제동 시점, 충돌 위치, 피해 아동의 이동 방향, 운전자의 인지 가능 시점을 정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영상의 단편적인 부분만으로 상황을 단정 지으면 실제 사고 경위와 다른 과실 판단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 당시 스쿨존 내 노면 상태,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시설물로 인한 시야 사각지대, 날씨와 조도, 횡단 위치, 운전자의 인지 반응 시간 등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객관적·논리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운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과실 비율이 산정될 위험이 있다.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뒤 당황하여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나와서 피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반대로 책임을 피하려 현장 상황을 왜곡하거나 기억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말할 경우, 블랙박스·CCTV·현장 감정 결과와 충돌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구속 수사나 가중 처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 첫 출석 전에는 블랙박스 원본 영상, 사고 현장 실측 자료, CCTV, 차량 속도 기록 장치(EDR), 내비게이션 주행 기록, 보험사 사고 조사 자료 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교통사고 사건은 초기 조사 단계에서의 첫 진술과 현장 검증 대응이 향후 검찰 송치 및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고 수사 지침도 엄격한 만큼, 단순 보험 처리나 합의만으로 해결될 것이라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수많은 교통사고를 직접 조사하고 수사를 지휘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건에서는 경찰이 어떤 포인트로 운전자의 과실을 분석하고 기소 의견을 판단하는지, 구체적인 수사 기준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부터 교통 수사 실무와 도로교통법상의 쟁점을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객관적 자료를 정리하고, 일관된 진술 방향을 세워 차분하게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