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0대 입원환자 203명 전향적 관찰…64명에 통합 프로그램 적용
약물 조정 효과 3일차부터 나타나…중재 요소 많을수록 개선 폭 확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좌), 종합내과 김선욱 교수(우)
[더파워 이설아 기자] 섬망 위험 약물을 조정하고 인지보드와 교육영상, 아침 광치료를 함께 적용하는 통합 관리 방식이 고령 입원환자의 섬망 중증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러 중재를 함께 적용할수록 7일차 섬망 개선 폭이 커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와 종합내과 김선욱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개별적으로 시행되던 섬망 관리 방법을 하나로 묶은 ‘통합 섬망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 내과 병동에 적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섬망은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거나 이상행동, 환각 등이 나타나는 급성 뇌기능 장애다. 고령 입원환자 4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정도로 흔하며 낙상 위험과 신체기능 저하로 이어져 회복과 예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실제 병동에서 여러 예방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령환자는 여러 질환으로 다수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제한된 의료인력과 시간 안에서 인지·수면·활동 관리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약물 조정과 비약물적 중재를 한 체계로 묶었다.
입원 초기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벤조디아제핀계와 항콜린성 약물 등 섬망 위험이 높은 약물을 검토·조정하고, 이어 환자와 보호자에게 교육영상을 제공했다. 병상 주변에는 날짜와 장소 등 지남력 유지를 돕는 인지보드를 설치하고 매일 아침 밝은 빛에 노출시키는 광치료를 병행했다.
보호자도 관리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환자의 평소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시간과 장소,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알려주면서 의료진 부족을 일부 보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내과 병동에 입원한 평균 70대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64명에게 통합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나머지 139명은 기존 일반 진료를 받도록 했다. 이후 입원 1일차와 3일차, 7일차에 섬망 중증도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통합 프로그램을 적용한 환자군은 일반 진료를 받은 환자군보다 입원 7일차 섬망 중증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개별 중재 가운데서는 약물 조정의 변화가 가장 빨리 나타났다. 관련 효과는 입원 3일차부터 확인돼 7일차까지 이어졌다.
중재를 얼마나 많이 적용했는지도 차이를 보였다. 약물 조정과 인지보드, 교육영상, 광치료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적용받은 환자일수록 7일차 섬망 중증도 개선 폭이 더 큰 ‘누적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중재를 일괄 적용하기보다 입원 초기에는 섬망 위험 약물을 우선 조정하고, 인지보드와 교육영상 등 비약물적 중재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 집중하는 단계적 방식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각각 따로 활용되던 섬망 관리 방법을 실제 병동에서 운영 가능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의료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인지보드와 보호자 참여를 활용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박혜연 교수는 “고령환자의 다약제 복용과 제한된 의료자원 때문에 섬망 관리에 필요한 여러 중재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위험 약물 조정과 환자·보호자 참여를 결합하면 실제 병동에서도 적용 가능한 관리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퇴원 이후까지 추적 관찰해 환자별 위험도에 맞춘 섬망 예방·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