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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5사·항만공사 4곳 통합…LH는 개발·주거복지 분리

한승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9-03 14:10

정부 ‘공공기관 DIET 2026’ 확정…전략적 구조개혁 15개·유사중복 11개·자회사 등 83개 감축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합쳐 ‘한국발전’ 추진…4개 항만공사도 단일법인화
석유·가스공사 통합하고 석탄공사 청산…LH는 개발·주거복지 기능 분리
통폐합 직원 고용승계 보장…보수·복리후생 유지 위한 인센티브 검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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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워 한승호 기자]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의 발전공기업으로 합치고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대규모 공공기관 구조개혁에 착수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하나로 합치고 기능이 사실상 종료된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관리 기능을 각각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다.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번 개혁을 ‘공공기관 DIET 2026’으로 이름 붙이고 전략적 구조개혁과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을 통해 모두 109개를 감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략적 구조개혁을 통해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를 통해 11개, 자회사와 소규모기관 통합으로 83개를 줄인다. 정부는 AI 대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등 정책 환경이 바뀐 데다 인구구조 변화로 재정여력이 줄어든 만큼 기관별로 흩어진 기능을 다시 묶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가장 큰 폭의 변화를 예고한 분야는 발전산업이다.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해 가칭 ‘한국발전’을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발전 5사는 설비 건설·운영과 연료 수급,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등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발전사별로 연간 5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와 2000억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분산 투자하고 있는 만큼 통합을 통해 인력과 자본을 한데 모을 경우 투자여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통합 한국발전에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를 두는 방안이 검토된다. 재생에너지본부는 해상풍력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정의로운전환본부는 석탄발전 폐지와 이에 따른 전환 업무를 맡는다. 지역에는 태양광과 육상풍력 등을 담당할 3~4개의 지역 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연료와 정비자재 공동구매, 중복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해외사업에서는 단일 대형 발전공기업의 협상력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발전사 통합을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추진할 핵심 구조개혁 과제로 보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도 하나로 합친다. 4개 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정책·기획 기능을 일원화하되 기존 항만공사는 4개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현재 지역별 항만공사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만 간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해외거점 조성 등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합 이후에는 항만별 개발·운영은 지역지사가 맡고 해외거점 공동 조성과 글로벌 물류 대응 등은 본사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합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고 해외광구 입찰이나 산유국·글로벌 에너지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석유공사의 석유비축 기능과 제한적인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이관한다. 알뜰주유소 등 유통구조 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넘길 계획이다. 부실자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자회사 신설도 검토한다.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은 대한석탄공사는 청산 절차를 밟는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6월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을 마지막으로 모든 광업소 운영이 종료됐으며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조5900억원에 달한다.

별도 영업활동 없이 소송과 차환 등 잔여업무만 남았지만 연간 7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하고 대한석탄공사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조속히 청산을 추진할 방침이다.

LH는 통합이 아니라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현재 하나의 기관이 택지개발·주택건설처럼 신속성과 재무성과가 중요한 업무와 공공임대·주거복지처럼 공공성을 중시하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LH의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기능을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로, 주거복지와 자산비축 기능을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발공사의 개발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이를 자산공사에 출연해 주거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는 구조도 검토한다.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개편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은 당장 추진하지 않는다. 정부는 먼저 가칭 ‘공항전략협의회’를 구성해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 뒤 진행 상황을 평가해 두 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항공보안 기능은 두 공항공사에서 떼어내 하나의 항공보안 전문기관으로 통합한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보안 담당 부서, 한국항공보안과 인천항공보안을 가칭 ‘항공보안공단’으로 묶는 방안이다.

코레일과 SR도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한다. 정부는 기관 통합을 통해 좌석 공급을 확대하고 운임과 마일리지 체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열차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철도 분야 자회사 역시 기능별로 다시 묶는다. 코레일관광개발과 코레일네트웍스는 고객서비스 분야, 코레일로지스와 코레일유통은 유통·물류 분야, 코레일테크 등은 유지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자회사 체계를 정비한다.

전시·관람 공공기관도 ‘K-뮤지엄’ 체계로 재편한다. 현재 부처별로 운영되는 문화·과학·해양·국토·농림 분야 전시·관람기관을 각 부처당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한다.

정부는 현재 국립 전시·관람기관이 12개 운영되고 있고 과학관만 2033년까지 16개가 추가 건립될 예정인 만큼 기관을 개별적으로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통합 플랫폼과 브랜드, 굿즈 개발부터 전시 기획 컨설팅과 학예인력 교육까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대규모 공공기관도 합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통합해 방송광고와 미디어교육·체험, 온라인 이용자 보호 기능을 함께 맡긴다.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가칭 ‘노사발전교육재단’으로 합친다. 노사갈등 예방부터 교육과 컨설팅, 일터혁신 지원까지 하나의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가칭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 통합한다. 지역별로 나뉜 연구개발과 실증, 기업지원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첨단의료 산업의 연구·사업화를 지원하는 구조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은 가칭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로 합친다. 중소기업 제품 발굴과 컨설팅, 입점, 판매, 성과관리까지 판로지원 전 과정을 하나의 기관에서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가칭 ‘한국저작권원’으로, 한국통계정보원과 한국통계진흥원은 가칭 ‘한국데이터원’으로 통합한다. 한국관세정보원과 한국원산지정보원도 가칭 ‘한국관세무역원’으로 합쳐진다.

의료·보건 분야에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한국공공조직은행,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관련 기능을 재편해 가칭 ‘국가생명나눔원’을 만들고, 대구경북·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도 단일 조직으로 묶는다.

식품 분야에서는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을 가칭 ‘식품안전정책개발원’으로 통합한다. 식생활 안전관리와 식품안전 정보분석·정책연구 기능을 연결해 급식현장의 위생·영양관리 데이터를 정책 개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문화 분야에서도 통폐합이 이어진다.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가칭 ‘국악문화산업진흥원’으로 합쳐 국악 콘텐츠 제작·송출과 전통공연 창작·유통 지원을 한 기관에서 담당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문화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일부 기능 등은 가칭 ‘한국문화진흥원’으로 재편된다.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한국저작권위원회 역시 하나의 저작권 전문기관으로 통합한다.

자회사와 소규모기관 정비가 전체 109개 감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모회사와 기능이 유사하거나 직접 연관된 자회사는 모회사가 흡수하는 ‘수직적 통합’을 추진하고, 서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들은 기관을 넘어 기능별로 합치는 ‘수평적 통합’을 추진한다.

한국잡월드는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를 흡수해 직업체험·진로교육 서비스와 전시체험관 운영·시설·고객지원 기능을 하나로 묶는다.

금융공공기관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시설관리 자회사도 통합한다. 캠코FMC와 예울FMC, 산은비즈, 수은플러스, 신보운영관리 등 5개사를 가칭 ‘정책금융FMC’로 묶고, 캠코CS와 HF파트너스는 가칭 ‘정책금융CS’로 합친다.

항만공사 소속 자회사도 여수광양항만관리와 울산항만관리, 부산항보안공사, 인천항보안공사, 여수엑스포관리 등 5개사를 가칭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으로 통합한다. 항만별로 분산돼 있던 보안과 시설관리 업무를 한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보메이트와 중진공파트너스, 한유원파트너스도 가칭 ‘중소벤처관리주식회사’로 합쳐 시설관리와 방재, 전기·기계설비, 미화·위생관리 기능을 통합한다.

정원 100명 미만 소규모기관 역시 유사업무를 중심으로 합친다. 건설산업정보원과 건설기술교육원은 가칭 ‘한국건설산업진흥원’, 공간정보산업진흥원과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은 가칭 ‘공간정보진흥원’으로 각각 통합한다.

해외에서 따로 운영되던 공공기관 사무소는 ‘K-마루’로 모은다. 동일 도시에서 여러 기관이 각각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과 중복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LA와 하노이, 두바이, 브뤼셀, 나이로비 등 5곳에서 1차 시범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베이징과 다카르를 2차 선도지역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자카르타와 호찌민, 모스크바, 마닐라, 타슈켄트, 뉴욕, 멕시코시티, 상하이, 리야드 등 공공기관 해외사무소가 5개 이상 운영되는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 해외사무소를 만들 때도 K-마루 입주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고, 해외사무소의 위치와 주요 기능, 연락처 등을 알리오 등을 통해 공개한다.

정부는 이번 기능개혁이 단순한 기관 수 줄이기에 그치지 않도록 통폐합 이후 직원의 고용과 처우를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통폐합 대상 기관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에게는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통폐합 전후 직원 처우가 떨어지지 않도록 보수체계를 운영하고 기관별 복지수준과 개혁 일정을 고려해 한시 정액수당 지급이나 선택적 복지비 한도 상향도 검토한다. 기능개혁 대상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인센티브도 향후 평가편람에 반영할 예정이다.

각 부처는 앞으로 기관별 구체적인 기능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필요한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와 협의하고 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경우에는 지방정부와도 별도 협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노정협의체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주무부처와 개별 기관 노조 간 협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발전과 항만, 에너지, LH 등 주요 기관의 통폐합·분리안 가운데 상당수는 법률 개정과 세부 조직설계가 필요한 만큼 실제 출범 시기와 조직 형태는 후속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한승호 더파워 기자 hansh1975@th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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