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워 유연수 기자] 부모님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곧바로 치매를 의심하기보다는, 정밀 검사를 통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인지 혹은 비정상적인 인지 저하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면 질 저하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는 “수면 부족은 뇌의 대사 기능과 노폐물 처리 능력을 저하시켜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축적되는 아데노신 대사 활동이 교란되거나,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충분히 제거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영국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약 30% 높았다. 이 교수는 “숙면은 뇌가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깊은 수면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조용하고 안락한 환경 조성이 치매 예방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치매는 크게 퇴행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며 기억력 저하, 언어·시공간 기능 장애, 성격 변화 등이 서서히 나타난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이나 뇌출혈 이후 급격히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이 교수는 “치매는 퇴행성, 혈관성 원인 외에도 정상압수두증, 우울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다양한 질환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전체 치매의 약 10%는 원인 질환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상압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뇌척수액을 배액하는 치료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인한 인지장애는 갑상선 호르몬 치료제를 통해 회복 가능하다.
이 교수는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70여 가지에 달하고, 환자마다 증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과 환자의 신체적·심리적·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관찰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