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시판허가…국내 독자 개발 GLP-1 계열 비만신약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 임상서 40주 평균 체중감소율 9.75%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허가·생산·상업화까지 전 과정 자체 수행
평택 바이오플랜트서 원료·완제품 생산…디지털 치료 플랫폼 결합도 추진
/한미약품
[더파워 이설아 기자] 글로벌 제약사의 수입약 2종이 양분해온 국내 GLP-1 비만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이 가세한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생산까지 국내에서 이어온 한미약품의 ‘에페’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시장 경쟁 구도도 달라지게 됐다.
한미약품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계열 비만신약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페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지속형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비만신약이다. 한국 제약사가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개발, 허가, 제조, 상업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GLP-1 계열 비만신약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개발 과정은 한 차례 방향 전환도 거쳤다. 한미약품은 과거 사노피와 함께 약 6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며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후 권리가 반환된 뒤에도 자체 개발을 이어가 비만 적응증으로 국내 상용화 단계까지 끌고 왔다.
이번 허가에서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다. 회사는 에페 임상 3상을 100% 한국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임상 3상 40주 중간 톱라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에게 에페를 투여한 결과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개별 환자에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79.42%였다. 10% 이상 감소한 비율은 49.46%, 15% 이상은 19.86%로 집계됐다.
한미약품은 2주와 4주 간격으로 용량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GLP-1 계열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역,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생산도 국내에서 맡는다. 에페는 원료 제조부터 완제품까지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된다.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수입 의약품 의존에 따른 공급 불안을 줄이고 안정적인 국내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초회 용량 기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치료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에페를 단순 체중감량 주사제로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의료기기와 결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투약 이후 운동 수행과 식단,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TLS(Total Lifestyle care)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의약품과 디지털의료기기를 결합해 체중감량 이후 치료 순응도까지 관리하는 통합 치료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내 GLP-1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수입 의약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의 국내 상용화를 통해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자체 신약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나영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장 부사장은 "이번 에페 품목허가는 그동안 해외 수입 의약품에 의존해야 했던 치료 환경에서 한국인 특성에 맞춘 임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